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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나라별 명절 음식에 숨겨진 건강학-베트남 뗏과 반쯩

leostory-1 2025. 8. 18. 11:35

뗏의 시작과 반쯩의 자리

베트남의 뗏(Tết)은 음력 설날로, 한 해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뗏은 단순한 연휴가 아니라 가족과 조상, 그리고 공동체를 잇는 사회적·문화적 축제의 장이다. 이 시기 베트남 가정의 식탁 중심에는 ‘반쯩(Bánh Chưng)’이라는 네모난 찹쌀떡이 놓인다. 반쯩은 찹쌀, 녹두, 돼지고기, 바나나잎으로 만들어지며, 전설에 따르면 베트남 최초의 왕조인 훙브엉(雄王) 시대에 효심 깊은 왕자가 조상과 땅의 은혜를 기리는 음식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베트남 북부에서 주로 소비되는 반쯩은 겨울철 명절 음식으로서도 탁월한 기능을 가진다. 뗏이 열리는 시기는 베트남에서도 비교적 기온이 낮고 습도가 떨어지는 계절이며, 이때 인체는 체온 유지와 에너지 보충, 면역력 강화가 필요하다. 반쯩의 구성 재료는 이런 계절적 요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소화와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 특히, 뗏 기간에는 가족이 모여 며칠에 걸쳐 반쯩을 만들며, 그 과

정 자체가 공동체 결속과 정신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행위로 기능한다.

베트남 음식재료

 

 

반쯩의 영양 구조와 겨울철 적합성

 

반쯩의 주재료인 찹쌀은 고탄수화물 식품으로, 소화 과정에서 천천히 분해되어 체내에 지속적인 에너지를 공급한다. 겨울철에는 체온 유지에 필요한 열량이 늘어나는데, 찹쌀의 점성이 높은 전분은 위장에서 천천히 소화되며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다. 또한 찹쌀에는 비타민 B군이 함유되어 있어 신경 안정과 피로 회복에도 유리하다.
속재료로 사용되는 녹두는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겨울철 혈액순환과 체내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소화기관 부담을 줄여 명절 기간 과식으로 인한 소화불량을 완화한다.
돼지고기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철분, 아연이 풍부해 면역 세포 생성과 근육 유지에 기여한다. 겨울철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며, 돼지고기 지방은 체온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바나나잎은 조리 과정에서 음식에 은은한 향을 더하고, 찹쌀과 속재료를 균일하게 익게 하여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 모든 재료의 조합은 겨울철 필수 영양소를 한 번에 공급하는 완벽한 식단 구조를 형성한다.

 

반쯩 조리 과정과 저장성, 계절 건강학의 결합

 

반쯩의 조리 과정은 독특하게도 대규모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가족과 친척, 이웃이 모여 재료를 손질하고, 네모난 틀에 찹쌀·녹두·돼지고기를 차례로 넣고 바나나잎으로 정성껏 싸서 묶는다. 이후 장작불 위의 큰 솥에서 8~10시간 이상 푹 삶는다. 이렇게 장시간의 가열 조리는 세균을 완전히 제거하고, 겨울철에도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 저장성을 부여한다.
장시간 끓이는 과정에서 찹쌀의 전분이 부드럽게 젤화되어 소화가 쉬워지고, 속재료의 영양이 서로 스며들어 맛과 영양의 균형이 높아진다. 반쯩은 실온에서 며칠, 시원한 겨울철 기온에서는 일주일 이상 보관이 가능해 명절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이는 겨울철 식재료 보존이 어려웠던 과거 농경사회에서 매우 실용적인 특성이었다.
또한 조리 과정 자체가 사회·심리적 건강에 기여한다. 여러 세대가 모여 불을 지키고 반쯩을 삶는 동안 나누는 대화와 웃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공동체 소속감을 강화한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도 건강 유지의 중요한 요소로 인정되는 ‘사회적 유대감’과 직결된다.

 

반쯩의 상징성과 색채, 심리적 건강의 연결

 

반쯩의 네모난 모양은 ‘땅’을 상징하며, 이는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 떡 ‘반쯩의 쌍둥이’라 불리는 반쯌이(Bánh Dày)와 함께 우주 조화를 표현한다. 이런 상징성은 명절에 먹는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정신적·문화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색채 면에서도 반쯩은 건강에 긍정적인 심리 효과를 준다. 바나나잎의 짙은 초록색은 재생과 평화를 상징하며,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초록은 심리학적으로도 스트레스 완화와 심장 박동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속재료의 노란 녹두와 분홍빛 돼지고기, 하얀 찹쌀은 음양오행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균형 잡힌 한 해’를 상징한다.
또한 뗏 기간에 반쯩을 먹는 행위 자체가 ‘과거에 감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의식’으로 여겨지며, 이는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 의학에서도 긍정적인 정서가 면역력과 호르몬 균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는데, 반쯩의 문화적·상징적 힘이 바로 이러한 효과를 뒷받침한다.

 

겨울철 건강학과 현대적 가치

 

베트남 뗏과 반쯩은 단순한 명절 음식이 아니라, 계절과 영양, 상징과 심리, 그리고 사회적 유대를 모두 결합한 종합적인 건강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찹쌀, 녹두, 돼지고기, 바나나잎이라는 네 가지 핵심 요소는 겨울철 필수 영양소를 고루 제공하고, 장기간의 저장성을 확보하며, 조리와 섭취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 결속을 강화한다.
특히 겨울철 인체가 요구하는 고열량·고단백·비타민·미네랄 균형을 자연스럽게 충족시켜, 면역력 유지와 체온 보존, 소화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또한 반쯩을 중심으로 한 뗏의 식문화는 전통적 상징과 현대 의학적 건강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여전히 실천 가능한 생활 지혜로 자리하고 있다.
현대의 빠른 생활 속에서도 반쯩의 조리·보관·영양 철학을 참고하면, 계절 맞춤형 건강식을 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뗏의 반쯩은 과거 농경 사회의 생존 전략이자 현재에도 유효한 ‘겨울철 완전체 건강식’으로, 단순히 베트남의 문화유산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