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명절 음식 컬러가 상징하는 의미 - 황금빛 튀김 음식
아시아 전통 명절의 식탁에는 공통적으로 한 가지 색이 자주 등장한다. 바로 황금빛(Golden color)이다. 황금은 인류 역사에서 항상 권력, 부, 태양, 신성을 상징해왔으며, 특히 아시아에서는 풍요와 번영, 행운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으로 받아들여진다. 명절이란 가족이 모여 감사와 기원을 전하는 시간이므로, 식탁 위에 올려지는 음식에도 ‘복을 부르는 상징성’이 자연스럽게 담긴다.
이때 가장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눈에 띄는 요소가 바로 황금빛을 띠는 튀김 음식들이다. 겉이 노릇하게 구워진 튀김 요리들은 명절 음식 중에서도 맛과 모양, 상징성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기름에 음식을 튀기는 조리법을 명절이나 제사, 축제 때 즐겨 사용하며, 이때의 색상 연출은 단순한 미학이 아닌 문화 코드로 작동한다.
이 글에서는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황금빛 튀김 음식을 중심으로, 그 색깔이 어떻게 부와 복, 생명력과 번영을 상징하는지를 문화적 시선에서 분석한다. 단순한 조리법의 비교를 넘어, 황금색이 아시아 전통 음식에서 어떻게 복을 상징하고 공동체적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살펴본다.
키르기스스탄의 보르스옥(Borsok): 튀김 하나로 전하는 환대와 번영
키르기스스탄의 대표적인 명절 음식 중 하나는 보르스옥(Borsok)이다. 이는 작은 정사각형 또는 마름모꼴로 자른 반죽을 기름에 튀겨낸 전통 빵으로, 주로 이슬람 명절인 쿠르만 아이트(Eid al-Adha)와 같은 축제일에 만들어진다. 재료는 밀가루, 물, 소금, 효모로 간단하지만, 이 튀김 빵이 지닌 문화적 상징은 매우 깊다.
보르스옥은 기름에 튀겨지며 자연스럽게 황금빛을 띠게 되고, 이는 곧 태양과 생명력,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키르기스 유목민 문화에서는 손님을 맞이할 때 보르스옥을 잔뜩 쌓아 놓는 것이 최고의 환대 표시였다.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이 음식이 많을수록 그 집안의 풍요로움과 넉넉한 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키르기스스탄에서는 기름은 신성한 재료로 여겨지며, 불과 태양, 정결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때문에 튀김 요리는 단순히 조리 방식이 아니라 영적인 정화를 위한 상징 행위로도 받아들여진다. 도축한 고기와 함께 보르스옥을 곁들이는 식문화는 육체적 영양과 영적 충만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를 지닌다.
특히 황금빛의 빵을 쌓아 올린 모습은 마치 부를 시각화한 탑처럼 보이며, 이 자체가 명절의 주술적 장식으로도 기능한다. 이는 단순히 먹기 위한 음식을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안심과 감사, 희망을 느끼게 하는 시각적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태국 송끄란의 튀김 디저트: 황금빛으로 여름을 맞이하는 축제의 음식
태국의 새해 명절인 송끄란(Songkran)은 매년 4월 중순, 태양력이 바뀌는 시점에 행해지는 물의 축제다. 이 시기 태국 사람들은 집을 청소하고, 불상을 씻고, 어른에게 물을 부으며 축복을 기원하는 전통을 지킨다. 송끄란의 음식 문화는 청량하고 상징적인 색감을 활용한 전통 디저트들로 구성되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황금빛 튀김 디저트들이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통 욘(Tong Yod), 통 욘 꾼(Tong Yip), 포이 통(Foi Thong) 등이 있다. 이 디저트들은 주로 달걀노른자, 설탕, 쌀가루 또는 코코넛밀크를 활용해 기름에 튀기거나 설탕시럽에 절여 만든다. 완성된 디저트는 진한 황금색을 띠며, 모양도 꽃, 실타래, 방울 등으로 예쁘게 다듬어진다.
이 디저트들의 이름은 공통적으로 ‘통(Tong)’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이는 태국어로 ‘금(gold)’을 의미한다. 즉, 이 황금빛 튀김 디저트들은 이름 자체부터 색, 의미, 명절 메시지가 모두 일치하는 음식이다. 송끄란에 이 디저트를 나눈다는 것은 ‘부와 번영이 올 한 해 넘치기를’ 바라는 강력한 기원 행위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디저트들은 주로 어른들에게 드리는 예물로 사용되며, 선물로도 매우 인기 있다. 이는 황금색이 사회적 관계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연결 매개체로도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송끄란은 물을 통해 정화하고, 황금빛 디저트를 통해 행운과 부를 시각적으로 주고받는 축제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춘절의 춘권과 튀김요리: 행운을 말아 튀기는 전통의 기술
중국의 춘절(春节), 즉 음력 설날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명절 중 하나이며, 이 시기 사람들은 새해 복을 기원하며 다양한 전통 음식을 준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황금빛 음식은 춘권(春卷, 스프링롤)이다. 춘권은 속재료를 얇은 밀피로 싸서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음식으로, 조리 후에는 진한 황금색을 띠며 돈을 닮은 모습으로 완성된다.
춘권의 외형은 금괴(元宝)를 닮았다고 하여, 이 음식을 먹는 것은 곧 ‘복을 입에 넣는 행위’, 또는 ‘금화를 삼킨다’는 상징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춘절 아침에 춘권을 먹으며 재물 운이 트이길 바라는 전통을 이어간다. 음식이 노릇하게 잘 튀겨졌을수록 더 많은 복이 들어온다는 믿음이 있다.
춘권 외에도 춘절에는 다양한 튀김 요리가 등장한다. 예를 들면 튀긴 만두, 탕위안(찹쌀경단)을 튀긴 것, 그리고 꿀을 입힌 튀김과자(蜜麻花) 등이다. 이 음식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황금빛과 바삭함, 달콤함이라는 요소를 공유한다. 이는 설날의 복된 기운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구성 요소다.
또한 중국에서는 황금색 자체가 전통적으로 황제의 색이자 최고의 경사 색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음식에서 황금빛을 내는 것 또한 지극히 명예롭고 축복받은 상태로 여겨진다. 춘권과 같은 튀김 요리를 정성껏 준비한다는 것은 가족에게 최고의 한 해를 선물하겠다는 실천적 행위인 것이다.
황금빛은 아시아 전통 문화 속에서 단순한 색을 넘어, 부, 풍요, 번영, 햇빛, 희망의 상징으로 작용해왔다. 키르기스스탄의 보르스옥, 태국 송끄란의 디저트, 중국 춘절의 춘권은 모두 기름에 튀겨 만들어진 황금빛 음식이며, 그 안에는 단순한 미각을 넘어선 상징과 염원이 담겨 있다.
이러한 튀김 음식은 색상, 향, 식감, 역사성까지 포함해 명절의 정체성과 소망을 동시에 표현하는 고유한 문화 언어다. 황금빛은 아시아 명절의 식탁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색이며, 그 한 입에는 가족의 행복, 공동체의 화합, 다가올 복된 한 해를 향한 소망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