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나라별 명절음식과 그 의미-네팔 티할 축제와 디저트 문화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과 불교·힌두교 문화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나라로, 그 중에서도 가장 풍성하고 신성한 축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티할(Tihar)’이다. 이 축제는 인도의 디왈리(Diwali)와 유사하지만, 네팔 고유의 전통과 언어, 지역 신앙이 결합되어 독특한 정체성과 음식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티할은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열리며, 총 5일간 이어지는 다층적인 축제로, 동물 숭배, 조상 기림, 형제애, 풍요 기원, 신 경배가 매일 다른 방식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이 축제의 전통을 유지시키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디저트 문화다. 티할 기간 동안 네팔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단 음식들이 정성스럽게 준비되고, 이 음식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축제의 신성함, 가족 간 사랑, 공동체 연대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본 글에서는 티할 축제의 전반적인 구조와 디저트가 가지는 문화적, 종교적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다섯 날의 티할: 빛과 생명, 관계의 신성한 축제
티할 축제는 ‘빛의 축제’라는 이름처럼, 어둠을 밝히고 부정한 기운을 씻어내는 목적을 가진 명절이다. 첫날은 까그 티하르(Kag Tihar)로, 까그(까우, 까까)—까마귀에게 밥을 주며 죽은 영혼의 전령을 위로한다. 둘째 날은 쿠쿠르 티하르(Kukur Tihar)로 개를 기리는 날이다. 개는 야마(죽음의 신)의 문지기로 여겨져, 이날 사람들은 개에게 꽃목걸이와 티카, 간식을 주며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 날에도 달콤한 쌀 과자와 우유 요리가 개들에게 제공된다. 이처럼 티할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과의 관계까지도 포용하는 희귀한 명절이다.
셋째 날은 락슈미 푸자(Laxmi Puja)로, 풍요의 여신 락슈미를 모시는 날이다. 이날이 티할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지며, 가정마다 기름등불을 밝히고 꽃잎과 쌀가루로 만든 만달라를 집 입구에 그려 부와 행운이 들어오도록 기원한다. 이 날에는 가장 많은 디저트가 만들어지고, 친척과 이웃에게 단 음식과 과일, 전통 간식을 나누는 문화가 활성화된다. 달콤함이 곧 복의 상징이기 때문에, 설탕, 꿀, 우유, 코코넛, 땅콩, 말린 과일이 사용된 다양한 음식이 식탁을 채운다.
넷째 날은 고바단 푸자(Govardhan Puja)로, 소를 경배하며 농업의 풍요를 기원하는 날이다. 소는 네팔 농촌 경제의 핵심이자 신성한 존재로 간주된다. 다섯째 날은 바이 티카(Bhai Tika)로, 형제자매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다. 자매는 형제에게 오색 티카를 이마에 찍고, 디저트와 음식, 선물을 주며 그들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한다. 이 모든 날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손수 만든 전통 디저트이며, 이는 정성, 신성함, 사랑, 그리고 기도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티할의 대표 디저트: 단맛에 담긴 신앙과 가족의 의미
티할 기간 동안 준비되는 디저트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다. 그것은 곧 축제의 언어이자 신과 가족, 공동체를 향한 경배의 표현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디저트는 셀로 로띠(Sel Roti)다. 셀로 로띠는 쌀가루 반죽을 링 모양으로 튀겨낸 전통 도넛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며, 기름과 설탕, 우유, 향신료가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낸다. 이 음식은 티할 기간 동안만 특별히 대량으로 준비되며, 친척 방문 시 손님에게 내어주거나 신께 바치는 공양물로도 사용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디저트는 말푸아(Malpua)다. 말푸아는 우유, 밀가루, 바나나 혹은 코코넛을 섞어 만든 팬케이크 형태의 디저트로, 기름에 튀긴 후 설탕 시럽에 담가낸다. 말푸아는 주로 락슈미 푸자나 바이 티카 같은 주요 의식에 쓰이며,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관계의 따뜻함과 화합의 상징이 된다. 또한 카주 바르피(Kaju Barfi)와 같은 인도식 견과류 디저트도 이 시기에 많이 유입되어, 도시 지역에서는 다양한 디저트의 혼합 형태도 발견할 수 있다.
디저트는 또한 형제와 자매 간의 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쓰인다. 바이 티카 날, 자매가 형제에게 주는 음식 중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셀로 로띠와 말푸아, 땅콩버터 디저트, 우유절편 등이다. 형제는 이 음식을 받고 자매에게 선물과 용돈, 그리고 보호의 맹세를 전하며, 이는 티할의 정서적 정점을 만든다. 이처럼 디저트 하나하나는 축제 속에서 역할과 의미를 지닌 문화적 기호이며, 식탁 위의 단맛은 곧 삶의 축복과 신의 은총을 상징한다.
티할 디저트는 또한 지역별로 다양하게 변형된다. 네와르(Newar)족은 야물라 라카(Yamula Laka)라는 찹쌀 떡 디저트를 만들고, 북부 지역에서는 티미 타르카리(Sweet spiced lentils) 형태의 단 향신료 요리도 곁들인다. 이런 음식들은 전통적 지혜와 식문화의 융합을 보여주는 사례로, 단맛에 담긴 지역 정체성과 신앙심의 결합을 상징한다.
나눔과 공동체 중심의 티할 음식문화
티할은 가족 중심의 축제인 동시에 이웃과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공공적 명절이다. 특히 티할 기간 동안의 디저트 문화는 ‘나눔’이라는 공동체 가치를 직접 실천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가정에서 만든 디저트를 친척과 이웃에게 나누는 전통은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 관계 유지와 재확인의 상징적 의례다. 특히 셀로 로띠와 말푸아를 대량으로 만들어 수십 집에 나눠주는 행위는 마을 안에서 가문 간 신뢰와 유대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또한, 어린이들은 티할 기간에 ‘데우시(Dheusiree)’와 ‘바일로(Bhailo)’라는 전통 노래를 부르며 각 집을 방문하고, 그 집에서는 준비한 디저트나 간식을 제공한다. 이 전통은 한국의 세배나 할로윈의 ‘트릭 오어 트릿’과 비슷한 구조이지만, 그 배경에는 신의 축복과 마을 전체의 복을 기원하는 집단 의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눠지는 디저트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기원의 에너지로 여겨지며, 받는 사람도 그것을 기쁘게 되돌려주는 풍습이 이어진다.
티할 기간 동안 사찰과 거리에서도 단 음식이 무료로 제공되며,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이 시기에는 공평하게 단맛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참여한다. 음식은 이 시기의 가장 강력한 연대 수단이며, 단맛은 공통된 행복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디저트를 만드는 일 자체도 가족이 함께하는 전통 활동으로 여겨지며, 부모는 자녀에게 셀로 로띠를 튀기는 법이나 말푸아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며, 축제의 본질과 사랑을 함께 전수한다.
이처럼 티할 디저트 문화는 공동체 중심 구조를 강화하는 감각적 도구이자, 정서적 유대와 영적 상징의 매개체로 작용하며, 음식이 그 자체로 종교, 사회, 관계를 묶는 총체적 문화 행위임을 보여준다.
현대화 속 티할 디저트 문화의 변화와 전승 과제
최근 네팔 사회도 도시화와 세계화의 영향을 받으며, 티할 음식 문화 또한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젊은 세대는 셀로 로띠나 말푸아보다 케이크, 초콜릿, 서양식 쿠키에 더 익숙하고, 전통 디저트를 직접 만드는 대신 구매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도심에서는 디저트 전문점과 슈퍼마켓에서 미리 포장된 셀로 로띠 세트를 판매하며, 이는 편리하지만 전통 계승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 플랫폼은 전통 디저트를 현대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셀로 로띠 만들기’, ‘네와르식 말푸아 조리법’ 같은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으며, SNS에서는 가정식 디저트 사진과 레시피 공유가 전통 계승을 자연스럽게 장려하고 있다. 일부 청년 창업자들은 전통 디저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 카페를 열어 젊은층에게 티할 문화를 다시 소개하고 있다.
정부와 문화재단에서도 티할 디저트 문화의 보존을 위해 학교 교육, 지역 축제 연계 프로그램, 전통 요리 대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음식을 보존하려는 것이 아니라, 티할 디저트가 지닌 신성성과 공동체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문화적 투자다. 디저트는 단맛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정체성, 신앙, 관계, 시간의 흐름을 연결하는 상징적 고리다.
앞으로의 과제는, 전통 디저트가 현대의 감각과 실용성 속에서도 본래의 의미를 잃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다. 축제의 본질은 단맛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단맛을 누구와 나누고,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며,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에 달려 있다. 네팔의 티할 디저트 문화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이어가고 있다.
네팔의 티할 축제는 다섯 날에 걸쳐 신과 인간, 동물과 자연, 가족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신성한 시간이다. 이 기간에 만들어지는 디저트는 단지 달콤한 음식이 아니라, 기도, 사랑, 나눔, 전통, 정체성을 담은 상징물이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이 전통이 맛과 의미를 동시에 지키며 계승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네팔 문화의 지속성과 공동체 가치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