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대표적인 전통 명절인 디왈리(Diwali)는 ‘빛의 축제(Festival of Lights)’로 잘 알려져 있다. 디왈리는 단순한 명절을 넘어 선(善)의 승리와 악(惡)의 소멸, 빛이 어둠을 이긴 순간을 기념하는 힌두교의 가장 신성한 기간이다. 이 명절은 인도 전역은 물론,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 힌두교 공동체가 존재하는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기념된다. 디왈리는 단지 등불을 밝히고 폭죽을 터뜨리는 축제가 아니라, 종교적 의미와 가족 간의 유대, 공동체적 기쁨을 함께 나누는 기간이며, 그 중심에는 다양하고 의미 있는 전통 음식과 간식이 있다. 본 글에서는 디왈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표 음식들을 소개하고, 그 음식들이 어떻게 힌두교 신화와 철학적 세계관과 연결되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디왈리의 기원과 힌두교 신화 속 의미
디왈리는 지역과 종파에 따라 다양한 유래를 갖고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기원은 라마야나(Ramayana) 속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이 서사시에서 라마(Rama) 왕자와 그의 아내 시타(Sita), 형제 락슈마나(Lakshmana)는 14년간의 유배 생활을 마치고 고향 아요디야(Ayodhya)로 귀환하게 된다. 이때 도시 사람들은 등불(디야, Diya)을 밝히며 그들을 환영했으며,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디왈리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힌두교 재물의 여신인 락슈미(Lakshmi)가 이날 밤 인간 세계를 방문한다고 믿어져, 깨끗하게 집안을 청소하고, 풍요를 기원하는 제물을 차려 놓는 것도 디왈리의 중요한 관습이다. 락슈미는 번영, 재산, 풍요를 관장하는 신이기 때문에, 디왈리에는 재물과 관련된 모든 것—특히 음식, 간식, 곡식, 기름, 우유, 설탕 등 풍요를 상징하는 재료—이 예배의 주요 구성요소가 된다.
디왈리 전야에는 ‘락슈미 푸자(Lakshmi Puja)’라는 의식이 열리며, 이때 가족들은 신에게 감사와 기원을 드리기 위해 정성껏 차린 음식을 바친다. 이 음식들은 단순한 공양의 의미를 넘어서, 신화 속 메시지를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는 상징물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등불은 ‘지혜의 빛’을, 음식은 ‘은총의 결과물’을 의미하며, 이 모든 것이 신과 인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제의적 행위로 작용한다. 이러한 신화와 음식의 연결은 인도 식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디왈리에서 먹는 대표적인 전통 음식 소개
디왈리 기간에는 지역과 가문에 따라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지만, 공통적으로 달콤한 간식(미타이, Mithai)와 기름에 튀긴 음식, 우유 기반 디저트, 향신료가 풍부한 요리들이 빠지지 않는다. 이들은 단순한 먹거리라기보다는, 신에게 바치고, 손님과 나누며, 복을 부르는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가장 대표적인 디왈리 간식 중 하나는 라두(Ladoo)이다. 라두는 병아리콩 가루, 밀가루, 기(Ghee, 정제버터), 설탕 등을 섞어 동그랗게 빚은 후 기름에 튀기거나 구워서 만드는 달콤한 디저트다. 라두는 락슈미 신에게 바쳐지는 주요 음식 중 하나로, 풍요와 번영의 기원을 상징한다. 이외에도 바르피(Barfi), 할와(Halwa), 자레비(Jalebi), 굴랍 자문(Gulab Jamun) 같은 음식들이 식탁을 장식한다.
할와는 밀가루 또는 렌틸콩, 당근 등을 기름에 볶고 설탕, 우유, 견과류를 넣어 만든 음식으로, 인내와 정성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굴랍 자문은 우유 고형분(마와)을 반죽해 튀긴 후 설탕 시럽에 담가 내는 달콤한 음식으로, 사랑과 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자레비는 밀가루 반죽을 꼬불꼬불한 형태로 튀긴 후 꿀이나 설탕 시럽에 담근 간식으로, 달콤한 인생, 꼬인 운명의 풀림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짜지 않은 음식으로는 사모사(Samosa), 카차우리(Kachori), 푸리(Puri) 같은 기름에 튀긴 반죽 요리와, 감자·완두콩·향신료로 만든 채소 볶음 요리들이 있다. 특히 사모사는 삼각형 형태가 힌두 삼신(브라흐마, 비슈누, 시바)의 상징이라는 해석도 있으며, 디왈리 명절에 자주 준비된다. 이처럼 디왈리 음식은 하나하나가 종교적·상징적 의미를 품은 신성한 식사로 여겨진다.
디왈리 음식과 힌두교 신화의 연결성: 신에게 바치는 음식, 신화적 해석
힌두교에서는 음식이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신성한 에너지를 담고 신에게 바칠 수 있는 '프라사드(Prasad)'로 여겨진다. 프라사드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축복을 다시 신에게 돌려드리는 행위로 해석되며, 디왈리에서는 이러한 정신이 특히 강조된다. 각 지역의 신화와 결합된 음식의 상징성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남인도에서는 디왈리 기간 동안 ‘딥라왈리’ 또는 ‘데파발리(Deepavali)’라고 불리며, 이때는 크리슈나(Krishna)가 악마 나라카수라(Narakasura)를 물리친 날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로, 튀김 음식과 붉은색 재료(고추, 토마토 등)를 활용한 매운 음식이 식탁에 오른다. 이 음식들은 악을 태우고 소멸시키는 상징으로 해석된다.
북인도에서는 락슈미 여신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흰색과 황금색을 띤 음식, 예를 들어 우유, 캐슈넛, 아몬드, 기버터가 들어간 바르피와 케서르(사프란) 라두를 준비한다. 황금색은 번영과 신성함을, 흰색은 정결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음식의 색상, 모양, 재료 하나하나에 신화적 해석과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는 단순히 요리의 미학을 넘어 종교적 서사와 인간 존재의 의미까지 확장된다.
또한 먹는 순서와 방식도 중요하다. 디왈리 전야에는 가장 먼저 신에게 음식을 바치고, 이후 가족과 이웃에게 나누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먼저 신, 그다음 가족, 그리고 사회’라는 질서 속에서 음식을 나누는 전통은, 힌두교가 강조하는 다르마(Dharma, 의무)와 순서의 조화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음식은 단지 맛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신과 인간, 가족과 사회를 연결하는 영적인 도구인 셈이다.
현대 사회에서의 음식 변화와 전통의 계승 방식
오늘날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도시화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며, 이에 따라 디왈리 음식 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집에서 직접 만들던 음식들은 점차 제과점, 레스토랑, 온라인 배달 플랫폼 등을 통해 외부에서 구매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바쁜 직장인들과 젊은 세대는 ‘홈메이드 프라사드’ 대신 ‘프리미엄 패키지 미타이 세트’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다양한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셰프들은 설탕 대신 꿀이나 대추 시럽을 사용한 건강한 라두, 비건 바르피, 글루텐프리 사모사 등을 개발하며 디왈리 음식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 이렇게 변형된 음식들도 여전히 신에게 바칠 수 있는 프라사드로서의 자격을 유지하도록 조리 방식과 상징성을 고려하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디왈리 쿠킹 클래스, 유튜브 전통 레시피 채널, 종교기관의 공동 음식 만들기 행사 등을 통해 젊은 세대가 전통 음식에 관심을 갖고 직접 배우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인도인 커뮤니티 역시 디왈리 음식 문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이 음식들이 단지 고향의 맛을 넘어서 문화적 정체성을 이어가는 매개체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의 디왈리 음식 문화는 전통과 현대, 종교와 실용, 지역성과 글로벌 트렌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더욱 풍요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디왈리는 여전히 ‘빛’의 축제이지만, 그 빛은 음식이라는 물질적 매개를 통해 정서적·영적 깊이를 더하며,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영속적 가치로 기능하고 있다.
디왈리는 인도에서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명절이며, 그 축제의 중심에는 신화와 철학이 담긴 음식 문화가 있다. 라두, 바르피, 할와 같은 대표 음식들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신에게 바치는 제물, 가족 간의 유대, 공동체의 소통을 실현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현대에 와서도 디왈리 음식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전통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 자산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