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아시아 나라별 명절음식과 그 의미 - 태국 쏭끄란 축제 음식과 그 변화

leostory-1 2025. 7. 24. 17:01

태국 쏭끄란 축제 음식

태국의 대표적인 명절인 송끄란(Songkran)은 단순한 ‘물 축제’가 아니다. 이 명절은 태국 전통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가장 큰 국가 행사로, 매년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리며 전국적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송끄란은 조상에 대한 존경, 가족 재회, 마음의 정화를 상징하는 명절이기에, 전통 음식과 간식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몇 십 년 사이 송끄란은 관광 자원화되면서 ‘물싸움’ 이미지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전통 음식의 가치는 점차 희미해지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송끄란 축제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며, 그 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전통 음식과 간식 문화의 변천사를 탐색하고자 한다.

 

 

 

송끄란의 전통적 의미와 음식이 차지하는 상징성

송끄란은 산스크리트어 ‘상크란티(Sankranti)’에서 유래한 말로, 태양이 새로운 별자리를 통과하는 순간을 뜻하며, 자연 순환에 따른 새해의 시작을 상징한다. 전통적으로 이 시기는 농경 사회에서 비가 오기 전의 가장 더운 시기이자, 한 해를 정리하고 재정비하는 시기였다. 사람들은 이 기간에 가족과 함께 고향을 방문하고, 사원을 찾아 불상에 물을 뿌리며 복을 기원하거나, 장로에게 물을 끼얹는 '랍남 담후아' 의식을 통해 존경의 뜻을 전했다.

이처럼 송끄란은 본래 ‘정화’와 ‘재생’을 테마로 하기에, 식사 역시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는 의미에서 특별히 준비되었다. 특히 송끄란 연휴 첫날 아침에 차려지는 ‘깽 레앙(แกงเลียง)’이나 ‘깽 쥬드(แกงจืด)’ 같은 맑은 국물 요리는 더운 날씨 속에서 속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의미를 가졌으며, 고기보다는 채소 위주의 재료로 구성되어 절제와 균형의 미덕을 반영했다.
또한 조상에게 바치는 음식으로는 '카오촘(ข้าวต้ม)'(찹쌀죽), '카오텅(ข้าวแต๋น)'(쌀튀김 간식), '루억찐(ลือกจิ๋น)'(바나나 잎에 찐 디저트) 등 지역별로 다양한 음식이 마련되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지는 음식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서, 가족의 단합, 조상의 은혜, 자연과의 조화를 표현하는 매개체였다. 송끄란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밥상’에서부터 이미 인간과 자연, 조상과 자손이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전통은 오랜 세월 태국 전역에서 전해 내려오며 지역마다 고유한 음식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송끄란 시기에 즐겨 먹던 전통 간식과 그 조리 방식 

 

송끄란 명절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주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간식(디저트)이다. 태국의 전통 간식들은 단맛이 강하면서도 식감이 다양하고, 열대과일과 쌀을 활용한 조리법이 특징이다. 이들은 조상에게 바치는 제물로도 사용되었고, 손님 접대나 가족 간 나눔을 위한 상징으로도 소비되었다.

대표적인 송끄란 간식 중 하나는 카오텅(ข้าวแต๋น)이다. 이는 찹쌀밥을 원형으로 눌러 햇볕에 말린 뒤 기름에 튀기고, 팜설탕과 코코넛을 졸여 만든 소스를 뿌려낸 간식으로, 태국 북부 지방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그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향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명절의 맛으로 기억된다. 또 다른 대표 간식인 통욘(ทองหยอด)은 달걀 노른자와 설탕, 쌀가루로 만든 반죽을 설탕물에 삶아 만든 것으로, 황금색을 띠어 부와 행운을 상징한다.

태국 중부 지방에서는 카놈 톰(ขนมต้ม)이라는 코코넛 속을 넣은 찹쌀떡이 유명하다. 이 떡은 삶은 후에 코코넛 가루를 입혀 완성되며, ‘기억과 정성’을 의미하는 간식으로 해석되었다. 남부 지역에서는 카놈 짜크(ขนมจาก)라는 간식이 유명한데, 이는 바나나 잎 안에 쌀가루 반죽과 코코넛 속을 넣고 구운 디저트로, 향과 식감이 풍부하다. 이처럼 각 지역의 송끄란 간식은 그 지역의 기후, 농산물, 조리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달콤한 새해’를 상징한다는 공통된 철학을 공유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간식들이 대부분 장시간 보관이 가능하고, 대량 생산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족 방문과 공동체 나눔을 중시하는 송끄란의 특성상, 한 번에 많은 양의 간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는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도시화와 관광 산업이 불러온 음식 문화의 변화 

 

20세기 중반 이후 태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었고, 특히 1990년대 이후 송끄란은 관광 산업의 핵심 이벤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매년 수백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콕, 치앙마이, 파타야 등지로 몰려드는 대형 축제로 변모하면서, 전통 음식보다는 패스트푸드, 세계 음식, 퓨전 디저트가 명절 기간에 더 많이 소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태국 전통 간식 대신 빙수, 밀크티, 와플, 수입 과자가 송끄란 축제장 거리 곳곳에서 팔리고, 한때는 명절 음식의 필수였던 카오텅이나 카놈톰 같은 음식이 대형 마트에서조차 구하기 힘들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이는 도시 젊은 세대의 입맛 변화, 가정 내 전통 요리 기술의 단절, 편의 중심의 식생활 문화 확산과 관련이 있다.

또한 송끄란이 상업화되면서 음식도 점차 비주얼 중심, SNS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다. 전통 간식보다는 색깔이 화려하거나, 사진 찍기 좋은 포장과 모양을 가진 퓨전 디저트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예를 들어, 서양식 디저트에 태국 전통 재료(코코넛, 망고, 타피오카)를 섞은 음식들이 ‘모던 태이(Modern Thai)’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문화 재해석이라는 긍정적 면모도 있다. 전통 재료와 현대 조리기술의 접목은 전통 간식의 생존 방식일 수 있고, 오히려 전통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창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송끄란의 본래 의미와 음식 문화의 뿌리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전통 간식의 보존과 현대 사회 속 지속 가능성

 

최근 태국에서는 송끄란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하는 여러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태국 정부는 ‘정통 송끄란 문화 보호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사회에서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고 나누는 행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교육 기관에서는 전통 간식 만들기 수업과 체험 행사를 통해 어린 세대에게 음식 문화의 의미를 알리고 있다.

치앙마이, 람푼, 수코타이 같은 전통 도시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전통 음식 시장을 열고, 송끄란 기간 동안 전통 간식을 손수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판매 활동을 넘어, 세대 간의 지식 전수, 지역 경제 활성화, 문화유산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SNS와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통 간식의 레시피나 조리법을 콘텐츠화하는 창작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요리’가 아니라, 음식에 담긴 상징과 문화 배경까지 함께 설명하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특히 해외 거주 태국인들도 이러한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고향의 맛과 명절 감성을 공유하면서, 송끄란 음식 문화는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다.

전통 음식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송끄란 간식처럼 공동체, 정성, 자연과의 조화를 중심 가치로 삼는 음식은, 그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본질은 오래도록 남을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전통 간식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과 조화롭게 연결될 수 있도록 계승의 방식 자체를 현대화하는 일이다.

 

태국 송끄란은 단지 물을 뿌리는 축제가 아니라, 새해를 맞이하며 정화와 감사의 의미를 담은 깊은 전통 행사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음식과 간식의 문화가 존재해 왔으며, 이를 통해 가족과 공동체, 조상과의 연결이 실현되었다. 비록 현대화와 상업화로 전통 음식의 자리가 줄어들고 있지만, 보존과 재해석의 균형을 통해 송끄란 음식 문화는 앞으로도 살아 숨 쉬는 전통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