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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나라별 명절 음식과 그 의미 - 몽골 차강사르의 음식 보우츠와 고기

leostory-1 2025. 7. 24. 13:00

 

몽골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차강사르(Tsagaan Sar)는 ‘흰 달’이라는 뜻을 가진 전통적인 설날로, 음력 1월 1일에 해당한다. 이 명절은 단순히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조상 숭배, 가문 존중, 평화와 순결을 기원하는 의례로서 몽골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차강사르 기간 동안 몽골 가정에서 차려지는 전통 음식의 구성과 의미는 매우 독특하고 상징적이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식은 고기, 특히 양고기 중심의 요리이며, 보우즈(Boortsog)와 같은 튀김 빵, 다양한 유제품도 식탁에 올라 명절의 상징성을 더한다. 본 글에서는 차강사르가 가진 문화적 의미와 함께, 이 명절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상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몽골 차강사르의 음식

 

 

차강사르 명절의 기원과 몽골 식문화의 배경 

 

차강사르는 몽골 전통 사회에서 농경보다 유목을 중심으로 한 삶에서 탄생한 명절이다. ‘흰 달’이라는 명칭은 순결, 평화,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며, 이 시기에 흰색 식재료와 유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이러한 정신적 의미와 관련이 있다. 차강사르는 단순히 새해 첫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몽골 유목민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시간의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이 시기에 가족과 친지, 마을 공동체가 모두 모여 서로를 축복하고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의식이 치러지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식사’가 있다.

몽골의 식문화는 기본적으로 기후와 지리적 조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몽골은 겨울이 길고 추운 대륙성 기후이며,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목축업에 의존해 살아온 유목민 문화가 중심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음식문화에 그대로 반영되어 단백질과 지방 중심의 식사, 즉 고기와 유제품을 중심으로 한 구성이 발전하게 되었다. 채소와 과일이 귀하고, 저장과 보존이 어려운 환경에서 양고기, 소고기, 말고기, 염소고기 등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생존의 기본이었다.

차강사르 기간 동안 몽골 가정에서는 한 해 동안 수확하고 저장한 고기와 유제품을 가장 정성스럽게 준비해 손님을 맞이한다. 이는 단순한 접대가 아니라,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조상신에게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의 일부다. 이때 음식은 ‘배불리’가 핵심이다. 음식을 남길 정도로 넉넉히 차리는 것이 손님에 대한 존중이며, 그 해의 풍요를 상징하는 표시가 된다.

 

보우즈(Boortsog): 몽골 전통 튀김 빵의 의미와 상징성 

 

차강사르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전통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보우즈(Boortsog)이다. 보우즈는 밀가루 반죽을 네모나거나 삼각형으로 잘라 기름에 튀긴 음식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한국의 유과, 중국의 과자, 터키의 바클라바와도 비교될 수 있는 이 음식은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서 명절 음식의 상징적 역할을 한다.

보우즈는 기본적으로 밀가루, 소금, 때로는 유제품(버터, 우유) 등을 섞어 만든 반죽을 튀겨낸다. 기름에 튀겨낸다는 점에서 추운 날씨에도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에너지를 쉽게 공급할 수 있는 기능적 음식으로 발전했다. 특히 명절에는 이 보우즈를 수백 개씩 미리 만들어 보관해 두는데, 이는 손님 접대와 대량 소비를 위한 전통적인 방식이다. 손님이 방문하면 보우즈와 차, 유제품을 함께 내어놓고 담소를 나누는 것이 몽골식 명절 인사이자 접대의 핵심이다.

보우즈는 단순히 맛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부와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황금빛으로 튀겨진 빵은 ‘복이 들어온다’는 뜻을 가지며, 넉넉히 쌓아두고 손님에게 아낌없이 제공하는 모습은 몽골 유목민의 환대 문화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일부 가정에서는 보우즈를 피라미드처럼 쌓아 올려 제사상처럼 진열하기도 하며, 이는 한 해 동안의 풍요를 상징하는 전통적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보우즈는 형태나 크기에도 일정한 규칙이 없기 때문에, 가정마다 고유한 스타일과 모양이 존재한다. 어떤 곳은 길쭉하고 얇게, 어떤 곳은 정사각형이나 곡선을 살려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음식의 형식은 자유로우나, 그 안에 담긴 철학은 공통되며, 보우즈는 오랜 세월 몽골인의 정체성과 명절 문화를 유지시켜온 중요한 매개체라 할 수 있다.

 

고기 중심의 차강사르 식단 구성과 유목민 철학 

 

몽골의 차강사르 식단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고기 요리, 특히 양고기이다. 차강사르가 다가오면 대부분의 몽골 가정에서는 양 한 마리를 도축하여 그 고기를 보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찐 고기 요리인 '허르헉(Khorkhog)'과 고기 만두인 '부즈(Buuz)'다. 특히 부즈는 명절 기간 중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식으로, 밀가루 반죽 안에 다진 양고기나 소고기를 넣어 빚은 만두다.

부즈는 보통 찜기로 익혀 먹으며, 몽골식 지아오쯔(중국식 만두)와 유사하지만, 더 크고 고기 함량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부즈 역시 가족 모두가 모여 함께 만들며, 명절 전야에 수백 개를 미리 빚어두는 가정이 많다. 이 과정은 공동체와 가족 간 협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의례로 여겨지며, 손님이 방문할 때마다 갓 쪄낸 부즈를 내어놓는 것이 몽골식 환대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차강사르의 고기 식단은 단순히 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유목민 문화에서 고기는 생존과 직결된 자원이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축을 신성하게 소비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 마리의 동물을 전부 활용하는 방식은 낭비 없는 삶과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몽골 철학과도 깊이 연결된다. 내장, 뼈, 지방까지 모두 요리에 활용되며, 이는 음식을 통한 자연 순환 인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차강사르에는 고기 산(고기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대형 고기 접시가 상 위에 올라간다. 이는 도축한 양의 갈비와 정강이 뼈를 포개어 쌓아 올린 형식으로, 먹는 것보다 ‘보여주는’ 의미가 크다. 이는 일종의 상징물로, 가문의 재산과 손님에 대한 예우, 새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적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몽골 사회에서의 차강사르 음식 문화 변화 

 

현대 몽골 사회에서도 차강사르는 여전히 중요한 국가 명절로 자리 잡고 있지만, 도시화와 생활 양식의 변화로 인해 음식 문화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같은 대도시에서는 보우즈와 부즈를 직접 만드는 대신, 대량 생산된 냉동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족이 모여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던 음식 문화는, 편리함과 실용성을 우선하는 현대적 생활 방식에 의해 일정 부분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몽골 정부와 지역 공동체는 차강사르의 전통을 유지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는 보우즈 만들기 체험 수업이 열리고, 지역 축제에서는 전통 음식 경연대회가 개최된다. 이러한 활동은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뿌리와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명절의 본질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해외에 거주하는 몽골 디아스포라 커뮤니티에서도 차강사르를 맞아 보우즈를 만들고, 고기 중심의 식단을 구성하며,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비록 고국과 떨어져 있지만, 전통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차강사르 음식 문화는 단지 '무엇을 먹는가'를 넘어서 '어떻게 만들고 누구와 나누는가'라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고기와 보우즈, 유제품이 중심이 되는 이 식문화는 몽골인의 역사, 철학, 공동체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앞으로도 시대 변화에 적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전통으로 자리할 것이다.

 

 

몽골의 차강사르는 단순한 설날이 아닌, 유목민의 생존 철학과 공동체 정신을 담은 명절이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보우즈와 고기 중심 식사는 전통, 환대, 풍요, 가족, 자연에 대한 경외심까지 담고 있으며, 명절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도 차강사르의 음식 문화는 그 본질을 지키면서도 현대 사회에 맞게 진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