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디왈리(Diwali)는 ‘빛의 축제’로 불리며, 힌두교, 시크교, 자이나교, 일부 불교 공동체에서도 널리 기념하는 최대 명절이다. 이 축제는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인도 아대륙의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에 열린다. 기온이 내려가고 건조한 계절이 다가오는 시점에 맞춰, 사람들은 어둠을 몰아내고 빛과 온기를 맞이하는 의식을 진행한다. 그러나 디왈리의 본질은 단순한 불빛 장식이나 폭죽놀이가 아니다. 이 시기 사람들은 전통 음식을 통해 면역력을 강화하고, 계절 변화로 인한 신체 부담을 줄이는 지혜를 실천해 왔다.
겨울 초입의 인도는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바람과 먼지가 호흡기 건강을 위협한다. 이에 따라 디왈리 음식은 열량이 높고, 면역력을 강화하며, 체내 순환을 촉진하는 재료들이 두드러진다. 전통 디저트인 라두(Ladoo), 잘레비(Jalebi), 구즈하(Gujhia), 바르피(Barfi) 등은 단순히 달콤한 간식이 아니라, 계절에 맞춘 ‘영양 처방’이기도 하다. 디왈리의 건강학은 맛과 전통, 계절 대응이 결합된 살아있는 생활 지혜다.
디왈리 전통 음식의 겨울 맞춤 영양학
디왈리의 대표 간식 라두(Ladoo)는 병아리콩가루(베산, Besan), 기(Ghee, 인도 정제 버터), 견과류, 설탕으로 만든다. 병아리콩가루는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에 좋으며, 기는 포화지방이 많지만 체온 유지와 에너지 저장에 탁월하다.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E, 아연 등 면역력 강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러한 조합은 겨울철 체온 유지, 기력 보충, 호흡기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잘레비(Jalebi)는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킨 후 튀겨서 설탕 시럽에 담그는 간식이다. 고열량의 탄수화물과 당분은 체력 소모가 많은 축제 기간 동안 즉각적인 에너지원이 된다. 또한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장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구즈하(Gujhia)는 밀가루 반죽에 코코넛, 카르다몸, 설탕, 말린 과일을 넣어 빚은 후 튀긴 과자다. 카르다몸(카다멈)은 소화를 촉진하고, 겨울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에서 중요한 향신료로 쓰인다.
이 밖에 바르피(Barfi) 같은 우유 기반 디저트는 칼슘과 단백질 공급원으로, 건조한 계절에 뼈와 치아 건강을 지켜준다. 이러한 전통 음식들은 단순한 군것질이 아니라, 계절 맞춤형 ‘영양 패키지’다.
디왈리 음식과 심리·사회적 건강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사람들의 활동량이 줄고 우울감이 늘 수 있다. 디왈리의 전통 음식은 단맛과 향신료의 조합으로 기분을 고양시키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설탕과 탄수화물은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기분을 좋게 하고, 시나몬·정향·카르다몸 같은 향신료는 뇌를 자극해 각성 효과를 낸다.
또한 디왈리의 음식 문화는 강한 공동체성을 띤다. 집집마다 라두나 구즈하를 대량으로 만들어 친척과 이웃, 직장 동료에게 나누며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한다. 이런 음식 나눔은 ‘사회적 면역력’을 높여 스트레스를 줄이고, 명절 이후의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진다.
향신료의 기능 역시 심리와 건강 모두에 긍정적이다. 카르다몸과 시나몬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손발이 차가워지는 겨울에 특히 효과적이며, 항균 작용으로 감기나 독감 같은 계절성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인도 가정에서는 디왈리 시즌에 따뜻한 ‘마살라 밀크(Masala Milk)’를 마시는데, 우유에 강황, 견과류, 향신료를 넣어 만든 이 음료는 몸을 덥히고 면역력을 높이는 전통 건강 음료다.
디왈리는 단순한 종교 행사나 불빛 장식 축제가 아니라, 겨울철 건강을 위한 실천적 지혜가 담긴 명절이다. 라두, 잘레비, 구즈하, 바르피 같은 전통 음식은 높은 열량과 영양 밀도로 계절 변화에 대응하며, 향신료와 견과류, 기를 활용한 조리법은 체온 유지·면역력 강화·소화 촉진이라는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다.
또한 디왈리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달콤한 간식과 따뜻한 음료를 나누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결속이 강화되고, 심리적 안정과 행복감이 확산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건강 자원이다.
오늘날 도시 생활 속에서도 우리는 디왈리 음식의 건강학을 응용할 수 있다. 겨울철 아침 식사에 병아리콩가루 팬케이크와 따뜻한 마살라 밀크를 곁들이거나, 견과류와 향신료를 넣은 간식을 준비하면 계절성 피로를 줄이고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디왈리의 음식 문화는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겨울 맞춤형 자연 건강 레시피이며, 그 속에 담긴 빛과 온기의 메시지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