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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명절 음식 컬러가 상징하는 의미- 음양오행과 음식 컬러

by leostory-1 2025. 8. 9.

 

아시아의 전통 명절은 단지 공동체의 문화 행사나 식사의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 시간과 생명, 조상과 후손이 만나 순환의 질서를 확인하는 신성한 의례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 명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음식이다. 그러나 명절 음식은 단순히 맛이나 포만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시아 전통 사상, 특히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은 음식의 구성과 색채에까지 철학적 의미를 부여해왔다.

음양오행은 우주의 모든 현상을 음과 양, 그리고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다섯 요소로 설명하는 고대 동양 철학 체계다. 각 오행은 색, 방향, 계절, 맛, 장기, 감정 등과 연결되며, 음식 문화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특히 명절이라는 특정한 시간에 맞춰진 음식은, 우주의 원리를 한 상(床) 안에 구현하고자 하는 상징적 조합으로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전통 명절 음식에서 나타나는 색채 구조를 중심으로, 각 색이 어떤 오행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 조합이 명절이라는 통과의례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네 개의 문단에 걸쳐 고찰한다. 전통 명절 음식 속 색은 단지 미각의 장식이 아닌, 삶의 질서를 표현하는 시각적 철학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양오행의 5가지 컬러

 

 

 

 

음양오행과 다섯 가지 색: 오색(五色)의 철학적 구조

 

음양오행 사상에서 오행은 각기 특정 색상과 대응된다.

  • 목(木) → 청색(푸른색, 초록)
  • 화(火) → 적색(붉은색)
  • 토(土) → 황색(노란색)
  • 금(金) → 백색(흰색)
  • 수(水) → 흑색(검정색)

이 오색은 단지 장식의 수단이 아니라, 자연의 기운과 인간의 건강, 우주의 조화를 상징하는 색상 체계이다. 전통 음식에서 오색을 고루 사용하는 것은, 몸의 균형을 잡고, 마음을 정화하며, 자연의 흐름에 조응하는 실천적 행위로 간주되었다.

예를 들어, 설날 차례상이나 추석의 한과, 전통 떡, 오색나물 등의 구성은 의도적으로 오색의 균형을 고려한다. 떡의 경우, 백색 떡은 금(금기운·정결), 자색 고구마떡은 수(심연·지혜), 녹두떡은 목(생명·성장), 팥소는 화(생명력·정열), 단호박 떡은 토(중심·대지)로 대응된다. 이는 곧 음식이 오행의 균형을 통해 인체의 건강과 영혼의 안정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또한 중국의 전통 요리에서도 오색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춘절 요리 중 하나인 ‘우셩플레이트(五生盘)’은 다섯 가지 생재료(예: 생선, 당근, 파프리카, 해조류, 무 등)를 각각 다른 색으로 구성하여, 복·수명·건강·부귀·행운의 오행 에너지를 조화롭게 담는 의식 요리로 활용된다. 오행의 색은 곧 주술적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상징 언어가 되는 것이다.

일본의 전통 명절 요리인 오세치(おせち料理)에도 오색 원리가 녹아 있다. 검정콩(수), 당근(화), 연근과 밤(토), 계란말이(금), 시금치 또는 청야채(목)로 구성된 다양한 음식이 조화롭게 담긴다. 오세치의 구성은 오행에 따라 새해의 건강과 조화를 기원하는 방식으로 전해졌으며, 그 색상 구성은 철학적 음식 구성법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명절 음식의 오색 조합: 색을 통해 복과 조화를 기원하는 식탁

 

아시아의 명절 음식은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갖고 있지만, 오색을 조화롭게 구성하려는 시도는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명절은 한 해의 시작 또는 절기의 전환점이므로, 오행의 균형이 보다 강조된다. 이를 통해 자연과 신, 조상과 후손, 공동체 내부의 질서를 재확인하려는 목적이 있다.

한국의 경우, 설날 차례상에 등장하는 산적, 나물, 떡국, 약과 등은 오색 원리를 적용해 구성된다. 산적에는 붉은 고기(화), 노란 계란지단(토), 초록색 파나 시금치(목), 흰 무나 양파(금), 검정 표고버섯(수)이 함께 들어간다. 하나의 음식에 오색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리하는 것은 단지 시각적 조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철학적 균형과 축복의 실현을 의미한다.

중국 춘절에는 만두 속의 속재료 구성도 오색에 기반한다. 붉은 고기, 노란 달걀, 초록 부추, 흰 두부, 검은 목이버섯 등은 그 자체로 오행의 색을 반영하며, 복을 쌓고 운을 끌어들이는 상징적 음식 구조를 형성한다. 또 중추절의 월병 속 재료 역시 팥(화), 연근(토), 달걀 노른자(금), 해조류(수), 시금치나 녹차(목) 등의 오행적 조합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베트남의 뗏(Tết) 명절에 등장하는 반쯩(Bánh Chưng)과 반떳(Bánh Tét)은 노란색 콩, 녹색 바나나잎, 붉은 돼지고기, 흰 찹쌀 등 오색 원리에 가까운 재료 조합으로 구성되며, 이 음식 자체가 음양오행과 자연의 순환, 가족 단합, 조상의 복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반쯩의 정사각형 모양은 대지를, 반떳의 원형은 하늘을, 색은 오행을 나타내며, 형태와 색의 결합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상징한다.

이처럼 각국 명절 음식에서 오색은 단순한 미각이 아닌, 운세를 조율하고 공동체의 균형을 기원하는 철학적 장치로 작동한다. 이는 색을 ‘먹는 것’ 이상의 축복과 조화의 행위로 승화시킨 아시아 전통문화의 정수다.

 

색과 오행의 왜곡과 현대적 전환: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조화

 

오늘날의 아시아 명절 식문화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변화와 접목을 겪고 있다. 산업화, 도시화, 글로벌화에 따라 오행의 색상 구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거나, 오히려 현대적인 감각에 맞춘 색 구성으로 새롭게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안에도 여전히 색상과 오행의 구조는 은근히 살아 있으며,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전통 오색 떡을 자색고구마, 쑥, 단호박, 치자, 참깨 등 자연 식재료로 현대화하여 퓨전 떡 케이크 형태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때도 여전히 오색의 조화는 유지되며, 맛과 색, 철학이 동시에 고려되는 고급 디저트 형태로 발전 중이다.

중국에서는 고급 호텔이나 가정에서도 춘절 요리를 '색감 중심의 건강식'으로 구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오색 원리를 따르게 된다. 붉은 파프리카, 노란 당근, 초록 브로콜리, 흰 해산물, 검은 해조류 등은 현대적 감각 속에서도 여전히 운과 복을 상징하는 상차림 구성으로 사용된다. 이는 음양오행이 음식문화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에서는 전통 오세치 요리를 도시락이나 가정용 밀키트 형태로 간소화하면서도 기본적인 오색의 철학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검은 콩(건강), 달걀말이(재물), 당근과 연근(성장과 발전), 초록 야채(생기), 흰 어묵(순수함)은 여전히 오행적 상징을 담고 있으며, 이는 색을 통한 전통의 계승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현대 명절 음식이 과거처럼 엄격한 의례 중심은 아니더라도, 그 구성과 색상은 여전히 오행의 논리를 바탕으로 인간의 삶을 조화롭게 구성하려는 무의식적 실천으로 나타난다. 색은 변했을지라도, 그 색이 의미하는 철학과 구조는 살아 있다.

 

 

아시아의 전통 명절 음식에서 나타나는 색상 구성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건강, 공동체의 조화와 자연의 순환을 반영한 오행 철학의 구현이다. 목·화·토·금·수의 오행은 각각 초록·빨강·노랑·흰색·검정의 오색으로 대응되며, 이들은 명절 음식 구성의 핵심 원리로 기능해왔다.

명절이라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색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질서를 체험하고, 음식을 통해 삶의 균형을 되새긴다. 오색의 조화는 단지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신과 조상, 그리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기원하는 실천적 지혜다.

현대에 들어 이러한 전통은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으며, 색은 여전히 명절 음식에서 철학을 담은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오행을 먹고, 색을 통해 조화를 느끼며, 명절이라는 순간을 통해 삶의 질서를 다시 정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