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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명절 음식 컬러가 상징하는 의미-빨강과 흰색의 대비

by leostory-1 2025. 8. 7.

아시아의 명절 문화는 화려하고 풍성한 음식과 전통 의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외형적 장식과 맛 너머에는 색채를 통해 전달되는 상징 체계가 존재한다. 특히 빨간색과 하얀색, 이 두 색은 아시아 각국에서 명절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색채 코드로 작동해 왔다. 붉음은 늘 생동과 경사를, 하양은 순결과 정결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둘이 함께 놓일 때, 단순한 색의 나열이 아닌 문화적 긴장과 의미의 이중성이 생겨난다.

이 두 색은 각각 독립적으로도 강력한 상징성을 지니지만, 나란히 등장할 때 극과 극이 만나는 시각적·철학적 충돌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생명과 축복, 혹은 신성한 희생과 기원을 상징하고, 하얀색은 죽음의 상징이자 정화의 색으로도 사용된다. 이 색들은 아시아 명절의 음식, 의복, 제례 용품, 공양 식단, 장식물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며, 색의 조화 속에서 삶과 죽음, 기쁨과 절제, 시작과 끝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드러낸다.

이 글에서는 아시아 명절 문화 속에서 빨강과 하양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어떤 방식으로 상징성과 문화적 긴장감을 표현하는지를 한국, 중국, 아르메니아의 명절 문화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 대비는 단순히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인간이 명절이라는 시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와 신념의 흔적이기도 하다.

빨강과 흰색의 대비가 있는 월병의 소

 

 

 

 

 한국 명절 음식과 제례문화 속의 붉음과 하양: 고요한 긴장의 미학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인 설날과 추석은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감사와 다짐의 시간을 나누는 통과의례다. 이 명절의 상차림은 겉으로 보기엔 단정하고 조화롭지만, 색의 구성이 갖는 문화적 함의는 깊고 무겁다. 대표적으로 송편, 떡국, 적, 전, 나물 등이 각각 흰색과 붉은색 계열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음식 자체가 색을 통해 말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설날 아침에 먹는 떡국은 대표적인 하얀색 음식이다. 이 흰떡은 정결함, 새해의 비움, 시작의 순수함을 상징하며, 동시에 삶의 한 살을 더한다는 신화적 의미를 품고 있다. 떡의 색이 하얗게 유지되도록 요리하는 것은 단순한 미적 기준이 아니라, 조상과 신에게 드리는 정성의 표현이다. 반면 같은 상에 함께 오르는 산적, 불고기, 육전 등의 붉은색 음식은 생동, 힘, 복, 장수를 바라는 상징물로 기능한다.

이 붉음과 하양이 하나의 상 위에서 조화롭게 놓이는 것은, 삶과 죽음, 현재와 과거, 정화와 풍요가 공존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사 음식에서도 이러한 색의 긴장감은 반복된다. 하얀 나물과 떡, 붉은 고기와 전류가 양극단의 색상 구조로 배치되며, 조상에 대한 경의와 함께 남겨진 자들의 삶의 다짐을 담는다.

또한 설날에 사용하는 복주머니와 한복의 색상 조합에서도 이 원리는 반복된다. 전통 복식에서 붉은색과 흰색은 자주 함께 쓰였으며, 특히 어린이의 복주머니에는 빨강과 하양이 번갈아 배치되어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상징 장치로 작동했다. 이는 한국 전통문화 속에서 색상이 단순한 미감이 아니라, 삶의 리듬과 감정, 종교적 태도를 드러내는 언어임을 보여준다.

 

 

중국 춘절과 중추절 속의 색채 대립: 경사와 절제, 동시에 담다

 

중국의 춘절(설날)과 중추절(추석)은 아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명절 중 하나다. 이 시기의 거리와 가정은 붉은 등, 붉은 종이, 붉은 복주머니 등으로 가득하지만, 이 붉은색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하얀색 역시 중요한 상징색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종종 의외의 장소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춘절의 대표적인 음식인 춘권(春卷, 스프링롤)은 튀겨진 겉면이 노릇한 금색을 띠지만, 속에는 붉은 돼지고기, 새우, 당근 등이 들어가고, 이와 함께 백색의 숙주나물, 양배추, 쌀국수 등이 함께 배치된다. 이 대비는 시각적으로 풍요로움을 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포된 상징성의 균형이다. 붉은 속재료는 경사와 행운, 흰색 재료는 신선함, 정결, 깨달음을 의미하며, 이 음식 하나로도 중국인의 색을 통한 의미 조화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중추절에 먹는 월병(月饼) 역시 붉은색(팥, 대추, 고기)과 흰색(설탕, 백년초, 두부, 견과류)의 구성으로 이루어지며, 특히 하얀색 흰팥소나 율무소를 쓰는 경우, 그 의미는 순수함과 가족 간의 신뢰, 맑은 관계를 나타낸다. 붉은 월병은 축복, 흰 월병은 감사라는 이중 상징이 공존하며, 소비자들은 그 상징을 고려해 선물을 고르기도 한다.

한편 중국 전통 의복에서도 이 조화는 반복된다. 붉은색이 기본 베이스라면, 그 속에 하얀색 깃이나 소매를 사용하여 균형을 맞춘다. 하얀색은 중국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죽음을 의미하는 색이지만, 명절에서는 ‘정화’의 의미로 전환되어 사용된다. 이처럼 빨강과 하양의 대비는 중국 명절 문화 속에서 상징의 전환과 긴장의 조율을 통한 깊은 감성의 시각화를 보여준다.

 

아르메니아 부활절의 붉은 달걀과 흰 빵: 생명과 희생의 색채 교차

 

아르메니아는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한 세계 최초의 국가로, 부활절은 가장 신성한 절기 중 하나다. 이 시기의 음식문화는 기독교 신앙과 아르메니아 전통이 융합되어 형성되었으며, 특히 붉은색과 하얀색이 중심을 이루는 상징적 식탁을 볼 수 있다.

부활절의 상징 음식인 붉은 달걀(Red Egg)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며, 동시에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상징한다. 달걀을 붉게 물들이는 전통은 매우 오래되었으며, 그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신의 희생과 인간의 구원이라는 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족들이 붉은 달걀을 부딪쳐 깨뜨리는 의식은 생명과 생명의 소통을 상징하며, 부활이라는 경사 속에 녹아 있는 고난과 희생을 함께 기억하는 행위다.

이와 함께 식탁에 오르는 대표 음식은 바로 흰색 빵 ‘츄레그(Choreg)’다. 이는 버터와 우유, 달걀로 반죽해 고리 형태로 굽는 달콤한 빵으로, 하얀색은 순수함, 죄 씻음, 새로운 출발을 상징한다. 붉은 달걀과 흰 빵이 한 접시에 놓이는 광경은 마치 빛과 어둠, 희생과 구원, 죽음과 생명의 대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아르메니아 부활절의 음식 구성은 색채를 통해 신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의식 행위로도 볼 수 있다. 붉은색은 기억이고, 하얀색은 회복이다. 그리고 그 둘은 함께 있을 때 더 깊은 감정의 파동을 일으킨다. 아르메니아의 명절 식탁은 단순히 풍요의 축제가 아니라, 빛과 그림자, 인간과 신, 고통과 희망이 공존하는 정교한 색의 무대다.

 

 

빨강과 하양은 각각 명확한 상징성을 지닌 색이지만, 아시아 명절에서는 이 두 색이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구조로 등장한다. 한국의 설과 제례에서는 조상과 후손, 삶과 죽음이 이 색을 통해 상징되며, 중국의 춘절과 중추절에서는 경사와 절제, 번영과 정화의 의미가 시각적으로 대비된다. 아르메니아의 부활절은 이 색을 통해 신학적 희생과 인간의 구원이라는 심오한 개념을 전달한다.

명절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 희망과 회한이 교차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이 시간을 구성하는 색 중 빨강과 하양은 가장 상반되면서도 가장 밀접한 의미를 공유하는 색이다. 색채의 대비는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감정과 신념, 전통과 철학이 교차하는 언어이자, 명절이란 의식 속에서 사람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