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심장부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Uzbekistan)은 실크로드의 주요 관문으로서, 수천 년 동안 다양한 민족과 문화, 제국이 오고간 역사적 중심지였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화적 유산은 오늘날 우즈벡인들의 명절, 음식, 예술, 언어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 매년 3월 21일 전후로 열리는 ‘노루즈(Navruz)’는 가장 중요한 전통 명절 중 하나다. 노루즈는 페르시아어로 ‘새로운 날’을 뜻하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자연과 인간, 시간의 순환을 축복하는 민속 대명절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시기에는 집집마다 전통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이웃들과 나누며, 서로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문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 명절 음식 가운데, 특별한 상징성과 인기를 동시에 지닌 것이 바로 솜사(Samsa)다. 솜사는 우즈베키스탄을 대표하는 고기 소를 넣은 페이스트리 형태의 구운 만두로, 단순한 간식이 아닌 민족 정체성과 전통 요리 문화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이 글에서는 노루즈의 문화적 뿌리와 의례, 그리고 솜사의 역사와 조리 방식, 더 나아가 솜사가 상징하는 우즈벡인의 정체성과 공동체 문화까지 4단락에 걸쳐 자세히 탐구할 것이다. 단순한 명절 음식을 넘어, 삶과 철학, 공동체가 배어 있는 음식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노루즈의 전통과 상징: 대지의 부활, 공동체의 회복
노루즈는 중앙아시아 전체에서 광범위하게 기념되는 전통 명절이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그 의미와 실천 양식이 특히 깊이 있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명절은 고대 조로아스터교의 영향 아래 생겨난 것으로, 봄의 시작과 태양의 부활, 농경과 생명의 회복을 상징하는 민속 의례다. 우즈벡인들은 나우르즈를 통해 대지의 생명력과 인간의 정화, 조상에 대한 존경, 이웃과의 화합을 동시에 기념한다.
명절이 다가오면 가정에서는 대청소와 함께 전통 요리를 준비하고, 길거리에는 음악 공연, 전통 춤, 전통 의상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특히 ‘숨알락(Sumalak)’이라는 발아밀 요리는 우즈벡 노루즈의 대표적인 상징 음식으로, 여성들이 밤을 새우며 끓이는 이 요리는 부활, 인내, 여성 연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식탁에는 필라프(Palov), 샤슬릭(Shashlik), 낭(Naan), 그리고 솜사(Samsa)가 빠지지 않는다.
노루즈의 식탁은 단지 배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기억과 가치가 재확인되는 성스러운 자리이며, 가족과 이웃이 평등하게 음식을 나누는 화합의 공간이다. 모든 사람은 최소한 한 그릇의 따뜻한 음식을 나누며, 지난 해의 고난을 뒤로하고 새 출발을 기원한다.
솜사는 이런 노루즈 식탁에서 특히 ‘모든 이가 하나 되어 먹을 수 있는 공유 음식’으로 주목된다. 먹기 쉽고 보관이 용이한 특성 때문에, 솜사는 마을 잔치나 대규모 모임, 노루즈 장터에서도 빠지지 않는 명절 대표 간식이 되었다. 구운 반죽 속에 고기와 양파, 향신료를 넣은 이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 이상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솜사의 유래와 조리 방식: 전통 속에 숨은 실크로드의 기억
솜사(Samsa)는 우즈베키스탄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푸드이자 명절 음식으로, 기원은 고대 실크로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으로 중앙아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제국이 교차하던 문화의 교차로였고, 이러한 환경은 음식문화의 융합으로 이어졌다. 솜사의 어원은 아랍어로 ‘삼부사(sambusak)’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중동과 페르시아 지역의 삼각형 또는 반달형 고기 파이와도 연결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솜사는 전통적으로 탄두르(Tandoor, 흙가마) 안에서 구워낸다. 반죽은 얇고 바삭하게 겹겹이 밀어 만든 뒤, 다진 양고기나 소고기, 양파, 후추, 커민 등의 향신료를 속재료로 넣어 삼각형 또는 사각형 모양으로 접는다. 그리고 탄두르 안 벽면에 하나하나 붙여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가득한 솜사가 완성된다.
솜사의 반죽은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겹을 만드는 방식, 유연한 식감, 기름의 사용량 조절 등에서 숙련된 손길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솜사 장인들은 반죽을 얇게 늘리고 일정한 두께로 말아내는 기술을 수십 년 동안 연마한다. 또한 속재료의 경우 지방이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고기-지방 비율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솜사는 간식으로도 사랑받지만, 정찬으로도 충분한 풍성함을 제공하는 음식이다. 특히 노루즈처럼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잔치에서는 솜사를 수십 개에서 수백 개까지 굽는 일이 일반적이며, 이를 위해 마을 여성들이 협력해 함께 반죽하고, 속을 채우고, 가마에 굽는 장면은 명절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이 과정에서 솜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공동체 협력과 나눔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솜사에 담긴 우즈벡인의 삶과 정체성: 나눔, 생존, 환대의 상징
솜사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역사, 문화, 삶의 방식, 공동체적 가치관이 담긴 상징적 음식이다. 유목민의 후손이자, 실크로드의 중심에 살았던 우즈벡인들에게 솜사는 작고 단단한 형태 속에 저장과 이동, 나눔과 생존의 지혜가 녹아든 실용적 음식이었다. 거칠고 뜨거운 사막의 기후, 제한된 자원 속에서 솜사는 고기와 밀가루, 향신료라는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 수 있는 풍요로운 요리였다.
솜사의 정체성은 단지 형태나 조리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음식을 어떻게 나누고, 누구와 함께 먹는가에 대한 철학을 드러낸다. 노루즈의 식탁에서 솜사를 나누는 행위는 누구나 동등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상징이 된다. 설령 지위나 경제적 조건이 다르더라도, 솜사 앞에서는 모두가 한데 모여 같은 맛을 나누고, 같은 순간을 공유한다.
더불어 솜사는 손님 접대의 대표 음식이기도 하다. 뜻밖의 방문객이 찾아왔을 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가장 먼저 뜨거운 솜사를 권한다. 이는 단순한 식사의 제공이 아니라, 환대와 존중의 표현, 그리고 자신의 것을 나누는 이슬람적 미덕이기도 하다. 이처럼 솜사는 정성과 진심이 담긴 소통의 수단이자, 이방인과 공동체의 경계를 허무는 도구로 작동한다.
오늘날 도시의 베이커리에서도 솜사는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이며, 치킨 솜사, 치즈 솜사, 감자 솜사 등 현대적인 재료가 더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 변하든, 솜사의 본질은 '함께 나누는 한 입의 온기'로 귀결된다. 이 음식은 우즈베키스탄의 과거와 현재, 도시와 농촌, 전통과 현대를 잇는 맛의 가교이자 문화의 정수다.
노루즈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단지 한 해의 시작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다시 연결되고, 공동체가 다시 이어지는 시간이다. 그 중심에 솜사가 있다. 솜사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우즈벡인의 역사와 삶의 방식, 공동체와 나눔의 철학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솜사의 겹겹이 쌓인 반죽처럼, 그 속에는 이동과 생존, 환대와 정체성, 전통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겨 있다. 노루즈의 뜨거운 탄두르에서 구워진 한 조각의 솜사는 오늘도 누군가의 배를 채우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문화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살아 숨 쉬고 있다.